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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덕후] 12월호, 머리가 복잡할 땐 키보드 청소!

・ 덕질 :: hobbies

by 덕만이형 2023. 12. 3.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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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김치를 담갔습니다. 
 
난생처음 도전하는 김장이기에 사뭇 진지하고 다소 예민한 모습입니다. 
 
혼자해보겠다고 주방에 들어오지도 못하게 하지만..
 
그렇다고 제 방에 가버리는건 바람직한 남편의 자세가 아니지 않겠습니까? ㅎㅎㅎ
 
5분 대기조처럼 눈에 보이는 곳에서 놀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오늘의 주제는 '키보드 닦기'입니다.
 
 
 
 
 
 
 
 
 
 

어떻게 저기로 들어갔을까 싶은 위치에 튄 국물 (feat.불닭볶음면)

 
 

'키보드, 변기보다 더럽다'

 
 
 
한 번쯤은 이런 말 들어본 적이 있으실 겁니다.
 
관념적인 측면에서 응가💩는 더러움의 상징이고,
 
다수의 그것을 다루는(?) 변기를 빗대어 해당 사물의 더러움을 직관적으로 느끼게 하는.. 아주 고전적인 클리셰입니다. 
 
 

더보기

“책상이 변기 시트보다 더 더럽다?” (SBS 2006년 5월4일자)
“휴대전화, 화장실 변기보다 더럽다? 세균 우글우글” (헤럴드POP 2010년 10월19일자)
“교복·베개, 변기보다 더럽다...세균수 100배 육박” (쿠키뉴스 2011년 4월12일자)
“자동차 핸들, 화장실 변기보다 더럽다” (내일신문 2011년 4월26일자)
“칫솔, 화장실 변기보다 더럽다!?” (세계일보 2011년 8월18일자)
“세균 득실 신용카드, 변기보다 더럽다” (KBS 2012년 5월4일자)
“냉장고가 변기보다 10배 더러워 ‘깜짝’” (파이낸셜뉴스 2013년 2월10일자)
“공중화장실 손 건조기, 변기보다 더럽다” (쿠키뉴스 2014년 12월22일자)
“세균덩어리 스마트폰...변기보다 더럽다?” (이투데이 2015년 1월16일자)
“‘턱수염, 변기보다 더럽다’ 충격 연구결과” (헤럴드경제 2015년 5월5일자)
“기내 테이블, 변기보다 더럽다” (YTN 2015년 9월4일자)
“헬스장 러닝머신이 변기보다 더럽다” (세계일보 2016년 4월11일자)

 
 
해당 표현의 진위 여부를 떠나서, 보기와 달리 키보드가 상당히 더럽다는 것은 사실입니다.
 
키보드에는 손가락의 유분과 더불어 넷플릭스 보며 먹을 때 튄 라면국물, 과자부스러기 등이 묻기 쉽습니다 
 
실제로 변기는 물이 계속 씻어내기에 세균이 증식하기 쉽지 않은데 반해,
 
키보드는 위와 같이 우리가 흘린 물질들을 영양분 삶아 세균이 증식하기 매우 좋은 환경이죠.
 
 
 
 
 
 
 
 
 
 
 

 
자! 우선 경견한 마음으로 키보드를 내려놓고 도구들을 준비합니다.
 
기계식 키보드의 경우에는 키캡을 모두 뽑아내어 세척을 해야 하기에 키캡 풀러(우측 검은색 손잡이 물건)가 필요합니다. 
 
경험상 키캡 풀러는 위의 사진처럼 와이어로 된 제품이 좋습니다. 
 

 
위의 사진과 같은 플라스틱 풀러의 경우 걸이 부분이 얇으면 부러지고,
 
두꺼우면 키캡에 밀어 넣을 때 양옆에 있는 키캡을 밀어 스크래치를 유발할 수 있고,
 
스위치 축에 부담을 줄 수 있습니다. 
 
 
 
 
 
 
 
 
 


뽑아낸 키캡은 순서대로 잘 정리를 해둡니다. 
 
저는 깔끔한 게 좋아서 무각 키캡을 사용하고 있기에 같은 열에 있는 키캡은 바뀌어도 괜찮지만
 
그동안 스위치와 키캡이 쌓아온 로맨스(?)가 있을 수 있기에 가지런히 정리해 두었다가 원래의 위치에 끼우고 있습니다. 
 
 
 
 
 
 
 
 
 
 
 

 
제거한 키캡이 너무 더러운 경우에는 중성세제를 푼 미온수에 담가두었다가 
 
부드러운 천으로 닦으면 유분과 함께 고착된 오구를 제거할 수 있습니다. 
 
저는 주기적으로 세척을 하고 있고, 물기를 말리는 과정에서 남는 얼룩이 싫어서 알코올로 세척을 할 것입니다.
 
 
 
 
 
 
 
 
 

다음은 키보드 상판에 있는 먼지와 머리카락, 그리고 감자털(개털)을 털어내줍니다.
 
솔로 털어내고 에어브러시로 불어내거나 청소기로 빨아들이면 1차적으로 청소가 됩니다. 
 
 
 
 
 
 
 
 
 
 

 
다음으로 세척용 면봉에 이소프로필 알콜을 묻혀서 솔로 털어지지 않은 오구들을 닦아줍니다.
 
세척용 면복은 미용 면봉과 달리 대가리 부분이 더 두껍고 섬유가 거칠어서 청소에 용이합니다.
 
반대급부로 벽면과 이어지는 모서리에 세척이 어렵고, 거친 섬유가 스위치등에 걸려 풀리기도 합니다.
 
 
 
 
 
 
 
 

 
그래서 조금 끝이 뾰족한 가는 면봉을 함께 준비하면 좋습니다.
 
세척용 면봉으로 1차 세척을 마친 후, 평평한 부분과 수직면이 만나는 모서리를 구석구석 닦아줍니다. 
 
 
 
 
 
 
 
 
 
 
 
 

기계식 키보드의 경우 스위치의 벽면을 닦는 것도 중요합니다.
 
저의 경우 토프레 스위치를 사용하고 있지만, 체리식 스위치를 사용하는 기계식 키보드의 경우에도 유효합니다.
 
키보드 윤활 등으로 인한 기름성분이 먼지와 고착되어 있을 경우, 알콜을 사용함에 주의가 필요하지만
 
해당 단어를 아시는 분이라면 이미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분이라 생각되기에 언급을 생략하겠습니다.
 
 
 
 
 
 
 
 
 
 
 
 

 
다음은 키캡을 하나하나 닦아 내는 과정입니다. 
 
사용하는 키보드에 따라 다르겠지만, 80~100개 전후의 키캡을 하나하나 닦아 내는 과정은 상당한 인내심을 필요로 합니다. 
 
하지만 마음을 내려놓고 하나하나 키캡을 닦아서 정해진 위치에 끼워 넣는 과정은 세상사에 지친 마음을 정리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작가들의 위대한 작품을 쓰기 전에 경건한 마음으로 본인의 필기구를 관리하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정성과 시간을 들어 벼루에 먹을 갈고, 연필을 깎고, 만년필에 잉크를 주입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약간의 사명감 마저 느낄 수 있으실 겁니다 ㅎㅎㅎ
 
 
 
 
 
 
 
 

 
많은 분들이 키캡을 닦을 때 화장솜을 사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간혹 매직 블럭을 사용하는 분들도 있는데, 매직블럭은 플라스틱의 표면을 미세하게 갈아내기에 절대로 피해야 하는 도구입니다. 
 
물론 얼굴에 사용하는 면섬유의 화장솜은 부드러움에서 키캡에 상처를 예방하기엔 좋으나 
 
제가 볼 때 2가지 단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첫째로, 화장솜은 알콜을 필요 이상으로 사용하게 합니다.
 
단지 알콜의 낭비뿐만 아니라, 흠뻑 젖은 솜은 문질러 누를 때 알콜이 키캡이 표면에 흘러내리는 일이 잦기 때문에
 
오구를 제거했음에도 알콜이 마를 때까지 더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합니다.
 
 
 
 
 
 
 
 
 

 
두 번째 이유로, 화장솜은 모서리 등에 걸렸을 때 풀어진 섬유들이 엉겨 붙어 성가신 일이 발생합니다.
 
그래서 저는 합성소재로 된 청소용 천을 작은 조각으로 잘라서 사용합니다.
 
이렇게 되면 모서리에 1~2방울의 이소프로필을 떨어뜨리는 것으로 1개의 키캡을 효과적으로 닦아낼 수 있으며,
 
잘라낸 천 조각 1개로 4~5개의 키캡을 세척할 수 있으니
 
알콜의 낭비와 더불어 천의 낭비도 피할 수 있습니다. 
 
 
 
 
 
 
 
 
 
 
 
 

 
키캡의 표면은 타건시 손가락의 미끄러짐을 최소화하기 위해 위와 같은 요철이 있는 형태로 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표면을 닦을 때에는 한쪽 방향이 아닌 상하좌우로 문질러야 합니다. 
 
 
 
 
 
 
 
 
 
 
 
 

 
깨끗해진 키캡을 제자리에 장착하고 나면 청소는 끝입니다.
 
이렇게 청소를 하고 나면 키보드와 손가락이 닿는 부분은 물론이고 알콜로 유분을 닦아낸 모든 부분에 
 
마시멜로 같은 부드럽고 뽀송한 느낌이 느껴집니다. 
 
젖은 수건 등으로 키보드 표면을 대충 닦아내거나,
 
다이소 등에서 파는 물렁물렁한 실리콘으로 먼지만 흡착하듯 청소한 것과는 차원이 다른 쾌감이 있습니다.
 
마음이 복잡하고 머리가 어지러울 때, 
 
자주 사용하지만 소홀히 여기기 쉬운 인터페이스인, 키보드 청소를 해보시길 강력 추천합니다!
 
 
 
 
 
 
 

미국 서부 카우보이들은 말이 죽으면 말은 그곳에 남겨두고 가지만 아무리 사막을 걷더라도 안장은 직접 메고 갑니다. 말은 소모품이고 안장은 자신의 몸에 익숙한 인터페이스이기 때문입니다.
이제 컴퓨터는 소모품이고 키보드는 소중한, 평생 사용할 수 있는 인터페이스임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도쿄대 와다 에이이치 명예교수 담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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