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베이터에.. 아파트 노인정에서 필요한 가구를 기부해달라는 공지가 붙었다.
고민 끝에 아내와 각각 사용하던 리클라이너 2개를 보냈다.
10년여 동안.. 참 많은 시간을 보낸 가구이자 공간이라 아내는 많이 아쉬워했다.
작은방에 이 덩치큰 의자를 넣고 앞에 tv를 두었다.
퇴근 후에는 맥주도 마시고, tv도 보고, 때론 노트북을 올려두고 작업도 했다.
주말에는 하루종일 배달음식을 시켜먹으며 넷플릭스 시리즈를 보다가 낮잠을 자기도 했다.
이 의자 위에서 잠이 들면 서로 깨우지 않는 암묵적인 룰이 생겼다.
침대로 이동하는 동안 달콤한 낮잠에서 깨기 때문이었다.
이 의자에 함께 앉으면.. 밖에서 얻은 스트레스나 걱정은 모두 사라졌다.
하지만 우리는 알고 있었다.
편안함이 게으름의 또 다른 이름이 되었다는걸..
분위기 좋은 카페에 가보자 했다가도,
'주말이라 사람이 많을거야..혹시 소리치고 뛰어다니는 아이들을 제지 않하는 부모를 만나면 스트레스만 받을거야'
이 의자만 없으면 더 활동적이거나 또는 생산적인 일을 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지만
이솝우화에 나오는 여우와 신포도 이야기처럼 우리는 많은 경험을 해보지도 않고 포기했다.
그 불편한 진실을 알고 있었지만 익숙함을 벗어던지기 위해서는 큰 계기가 필요했다.
그리고..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편안한 시간을 보내실수 있다는 사실을 명분삼아 결단을 내린것이다.
막연히.. 영원히 할 것만 같았던 젊음이 사그라져가며, 내게 남은 시간을 더욱 알차게 보내고 싶어졌다.
사랑하는 이와.. 어느덧 9살이 된 나의 강아지와..
여행도 더 많이 다니고, 사진도 더 많이 찍고, 이야기도 더 많이 하기위해
나는 오늘 게으름을 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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