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아침.
느지막이 일어나서 근처 브런치 카페에 갔다.
음식이 나오기 전부터 나는 일주일 동안의 일들과 생각을 쏟아냈다.
오늘은 나의 사업 이야기가 주가 되었다.
아내는 직장인이다.
아내는 퇴근하면 차에 올라타서부터 그날의 일들을 조잘조잘 이야기해 준다.
기분 좋았던 일, 억울했던 일, 화가 났던 일.. 그 밖에 시시콜콜한 이야기까지..
나는 직장에 다녀본 적이 없기에 사내정치라던지, 무능력한 상사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그래서 그런 이야기가 재미있기도 하고, 때로는 이해가 안 되기도 했다.
(나이가 들며 대충 알 거 같다. 어디나 비슷한 인간 유형이 있기에..ㅎ)
아내의 직장 상사, 동료에 별명을 붙여 이야기를 하다 보면,
"관계자랑 진상이라 저 번에 싸웠다며? 또 그랬어?"
"그 사람 지난번부터 쭉 해오는 거 보니 자존감이 낮은 사람인가보다"
..하고 나도 살을 붙이며 대화에 참여하게 된다.
이렇게 켜켜이 쌓은 이야기 하나하나는 우리 관계 안에서 별이 된다.
우리 부부는 평소에도 대화가 많은 편이다.
연애시절에도 계산이나 밀당은 하지 않았다.
의심이 들거나 마음이 편치 않은 일이 있으면 적절한 타이밍을 골라 이야기했다.
혹시 이런 이야기를 하는 내가 초라해 보이거나
연인을 의심이나 하는 쪼잔한 놈으로 보일 거 같으면
'우리는 사랑하는 사이니까 잘 설명해 줄 의무가 있어'라는 핑계를 시작으로
어떠한 일련의 과정을 통해 그러한 감정을 느끼게 되었는지를 이야기했다.
아내는 오해는 풀어주고, 잘못된 생각은 바로 잡아주었다.
내게 연인이고, 가족이고, 스승이고, 가장 친한 친구인 아내는
오늘은 회사의 동료가 되어 사업의 방향에 대한 신뢰와 확신을 주었고,
덕분에 나는 지난 일주일 동안의 불안과 스트레스를 떨쳐버릴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