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트럭을 직접 제작하는 건 어쩌면 굉장히 무모한 도전이기도 합니다.
일단 국내의 자동차 튜닝 관련 법규가 보수적이기도 하고,
포터/봉고를 활용해야하는 이상 독특한 디자인의 트럭을 제작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습니다.
포터/봉고는 없이살던 시절에 탄생한 후 지금까지 큰 변화 없는 형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서민의 발이 되어 짐을 많이 실어 나르는데 중점을 둔 디자인을 하고 있다 보니.. 개성과는 거리가 멉니다ㅎ
또한 각종 인증과 더불어 전문기술과 장비가 필요하기에 개인이 도전하기에 어려운 일입니다.
저 역시도 초기에는 푸드트럭을 창업하신 분들의 소개로 몇 곳의 특장업체를 방문하여 상담을 나눠보았습니다.
예상대로 제작비용이 높은건 물론이며, 업체별로 상당한 차이를 보였습니다.
포트폴리오가 충분치 않으니 그 비용이 합당한 지 판단할 방법이 없었습니다.
제작을 마치고 결과물이 나와야 실력이 판가름 나는 것이죠.
물론 타인의 노동력과 기술력을 빌려 쓰는 것이니 업체들의 영업정책을 폄하하려는 의도는 아닙니다.
비싸다고 생각되면 안 하면 되니까요ㅎㅎㅎ
제가 직접 제작을 결심하게 된 주된 이유는 커스터마이징에 따른 어려움 때문이었습니다.
제가 방문한 대부분의 업체가 기존 도안에서 벗어나는 부분에는 개발비를 따로 요구하거나, 귀찮은 듯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상당한 돈을 주고도 눈치를 봐야 한다면.. 정신적으로 상당히 피로한 작업이 될 것임이 틀림없습니다.
그렇다고 남이 사용하던 지저분한 중고푸드트럭을 양도받아 사용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그래서 무식하고, 용감하게, 직접 제작을 해보기로 했습니다.
마침 한강 잠수교에서 야시장이 열리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백문이 불여일견이죠!
저에게 모든 덕질은 자료조사가 가장 재미있는 부분입니다.
돈을 쓰는 단계는 그동안 수집한 정보를 검증하며 체험하는 단계죠ㅎㅎㅎ
그래서 정보 수집차 한강 야시장에 방문해 보았습니다.
주말이라 사람들이 많을 것으로 예상하고, 끝나는 시간에 느지막이 가서 보고 와야지 했는데..
웬걸.. 한강 주차장 진입에만 1시간 30분이 걸렸습니다 ㅠㅠ
결국 주문을 마감하고 정리하는 트럭들만 짧게 보고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얼마 후, 건대 부근의 커먼그라운드에서 맥주축제가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방문했습니다.
한강만큼 트럭이 많진 않았지만, 음식도 사 먹으며 여유롭게 트럭들 구석구석을 살펴보았습니다.
한강에서도 느꼈지만 대세는 윙바디 형태의 트럭이었습니다.
윙을 열면 눈에 띄고 판매자가 음식을 조리하기에도 수월해 보였습니다.
화구를 사용하는 메뉴의 경우, 수증기/유증기가 쉽게 밖으로 배출되는 장점이 있고, 조명을 배치할 공간도 여유로웠습니다.
판매대의 경우 하부에 레일을 설치해서 앞쪽으로 조금 나오는 형태를 취했는데,
볼부쉬 보다는 LM가이드를 사용한 트럭이 보다 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 가능했습니다.
하지만 일부 트럭은 판매대가 너무 높아서 다른 직원이 트럭 아래에 서서 계산을 받고, 나오는 음식을 받아서 건네주고 있었습니다.
이를 보며 손님과 마주하는 판매대가 높아지는 건 지양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미 포터의 적재공간이 지면으로부터 상당히 떨어져 있기에 좀 더 세심한 설계가 필요한 부분입니다.
가장 큰 도전은 탑의 높이였습니다.
일반적은 택배차량 그리고 푸드트럭의 경우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들어갈 수 없는 지상고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 문제가 왜 중요하다면, 트럭을 지상주차장에 주차해야 한다면 기존의 택배차량과 주차 경쟁을 벌여야 합니다.
또한 식재료를 운반하기 위해 또 다른 차량 혹은 카트를 이용해야 하는데, 판매를 시작하기도 전에 이미 상당한 체력소모가 예상되는 일입니다.
그리고 세차덕후인 저의 개인적인 이유로... 차량을 야외에 세워두면 태풍이 불거나 햇볕이 강할 때 여러 가지로 신경이 쓰일 거 같았습니다.
먼지와 새똥 등으로 외관이 더러워지고, 고가의 승용차와 달리 녹이 날 우려가 많은 포터의 금속 외장 부분에 잠 못 이룰게 분명합니다.
저는 자동차를 좋아하고, 디테일링을 좋아하지만..
음.. 저 큰 트럭을 꼼꼼히 닦을 자신은 없습니다.
트럭 이외에도 이미 3대의 차량을 가지고 있습니다🥲
주차장을 가로질러 헬스장에 가다 보니, 포터와 봉고 차량들이 보였습니다.
그동안 관심을 가질 기회가 없던 차종이었는데.. 요즘에는 길 위에서도 포터랑 봉고만 보입니다.
음.. 저건 일반캡이군, 저건 킹캡, 저건 슈퍼캡에 요소수 모델이군.. 하며 혼자 흐뭇해하곤 합니다 ㅎㅎㅎ
어? 잠깐만?
근데... 쟤들은 어떻게 지하 주차장에 들어왔지?
지하주차장에.. 포터가 주차가 가능하다고!?!?!?!
얼른 집으로 가서 줄자를 가지고 나와서 주차된 탑차의 지상고를 측정했습니다.
검색을 해보니 다산신도시 '택배대란'이후에 아파트의 지하주차장 높이를 2.3m에서 2.7m로 개정했다는 기사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요약하자만.. 2018년 입법되어 그 이후 지어진 아파트들은 지하주차장 지상고가 2.7m를 충족해야 한다는 거죠.
물론 2018년 입법되었으니 그 시점 이후로 건설을 시작한 아파트만 해당합니다.
아파트 단지 건설에 소요되는 기간, 그러니까 대략 2~3년을 감안하면
대략 2021년 이후에 입주를 시작한 신축아파트라면 포터도 지하주차장 이용이 가능한 것입니다.
아하! 우연히 굉장한 발견을 한 거 같습니다.
제조사에서 발표한 제원을 기준으로 3D 설계를 했습니다.
번거로운 작업이지만 이는 제가 원하는 디자인대로 제작을 해줄 업체에 설명을 하기 위해서입니다.
저 역시도 개발자로 일하면서 외주작업을 받고, 때로는 타 업체에 발주를 하다 보면
사람들의 생각하는 기본이라는 기준이 다르고, 같은 작업에 대한 관점의 차이를 절실히 느끼게 됩니다.
'깔끔하게.. 느낌 아시죠?' 하고 서로 동의해도 막상 결과물이 나오면 '제가 말한 건 이게 아니었는데요..'가 대부분입니다.
결국 추가적인 비용이나 논쟁이 발생하게 되는 거죠.
그래서 외주를 맡기는 쪽은 본인이 원하는 게 뭔지 자세하고 디테일하게.. 귀찮을 정도로 반복적으로 설명하는 게 중요합니다.
가령.. 웹페이지를 만들어 달라고 해서 열심히 제작 후 중간보고를 했는데, 난데없이 로그인 기능을 만들어 달라고 하면 난감해집니다.
DB부터 서버의 용량 등등 모두 새로 만들어야 하는데, 발주사 대표는 그게 단순히 로그창 하나만 만들면 되는 줄 압니다.
남자와 여자가 그렇듯, 문과와 이과는 다른 세상에 사는 거죠ㅎㅎㅎ
사실.. 그렇게 하는 것이 수주하는 쪽에서도 편합니다.
개발자들은 정해진 로직대로만 작업하는 걸 좋아합니다.
더 나은 의견을 제시해 봤자.. 본인 할 일만 많아지니까요ㅎㅎㅎ
지하주차장에 들어가는 높이로 탑을 설계했습니다.
저의 포터의 최종목적은 푸드트럭이기 때문에 윙탑이 한쪽으로만 열리도록 했습니다.
다만 탑이 낮으면 날개의 힌지가 되는 축이 동선을 방해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최대한 벽 쪽으로 붙였습니다.
보통 윙바디 차량의 경우 탑이 5:5 비율로 양쪽으로 열리는데 반해 저의 트럭은 9:1로 열리도록 설계를 했습니다.
이렇게 할 경우, 탑이 오픈되었을 때 천장의 조명이 수직으로 떨어뜨릴 수 있게 되고,
빛이 트럭 내부에 비치기에 암부를 최소화해서 보다 화사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장점이 있습니다.
많은 푸드트럭 사장님들이 간과하시는 게 있다면.. 바로 조명입니다.
조명을 섬세하게 사용하는 것은 공간을 더욱 돋보이게 할 뿐만 아니라
손님들에게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물론, 메뉴의 첫인상을 결정합니다.
심리학 이론 중에 '초두효과'라는 이론이 있습니다.
먼저 받은 정보가 나중에 받은 정보보다 기억에 오래 남는 현상을 말하는데,
사실 이러한 정보를 토대로 이후의 상황을 해석하는 '후광효과'로 이루어지곤 합니다.
예를 들어, 소개팅에 나온 사람의 외모가 훌륭하다면 이러한 사실(정보)이 이후에 일어나는 상황을 다르게 해석할 것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연예인을 닮은 상대가 음식을 입에 묻히고 먹으면 '소탈하니 귀여운 구석이 있네?'라고 생각할테지만
싫어하는 스타일의 상대가 똑같이 음식을 묻히고 먹으면 '생긴 대로 먹네'라고 생각하겠죠ㅎㅎㅎ
결국 잘 생기고 예쁜 사람은 실수를 해도 용서가 되고,
조금만 잘해도 엄청난 찬사를 받는 더러운 외모지상주의!!!
아무튼.. 푸드트럭에서 음식맛만큼이나 중요한 요소는 디자인, 그리고 조명이라고 생각합니다.!
자.. 이제 내가 원하는 대로 제작을 해줄 특장업체를 찾아 나설 차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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